우선 나는 원전관련 업무는 전혀 하지 않지만 옆에 원전 터빈 만드는 동료들도 있고 해서 그래도 몇 년간 이 업을 하면서 보고 배운 지식으로 설명할게
[원전 매출에 대한 오해]
먼저 원전매출이 15프로 밖에 안된다는 사람들이 있어. 원전 짓는 게 전부 원자력 bg 매출은 아니야. 원전 매출 15프로는 원자력 bg 매출로 이야기하는 것일 텐데 터빈(현 파서) bg나 주단, epc bg(?) 매출도 있어. 실질적으로 원전 매출이 15프로가 아니라 못해도 30프로 이상은 된다는 소리야.
준공 이후 유지보수 및 소모품비용도 서비스 매출이라 아마 원자력 bg 매출로 잡히는 분량은 적을 거야. 또 수주산업이라 공사기간이 10년씩 되는 원전이 특성상 매출이 길게 나눠 잡혀서 연매출로는 적은 비중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발전소 한기당 매출액은 화력(3년 정도)에 비교가 안돼. 총 매출액 규모로는 크고 장기간 안정적인 매출이 된다는 소리야.
[매출 대비 영업이익 (+유지보수비용)]
두산중공업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무지무지하게 높아. 각종 테스트와 품질, 신뢰성, 설계 정합성 서류들을 더 요구하지만 MH 갈아 넣는 작업이라 그걸 상쇄하고 남을 정도지(두산 인력 비용은 높다). 그리고 인프라나 다른 계열사 형들도 as품목들은 본품 대비 마진율이 훨씬 높아. 특히 발전업에서는 유지보수가 정기적으로 계속 일어나고 갑자기 멈추면 안 되기 때문에 교체품들을 쌓아놓고 주기가 오기 전에 계속해서 바꿔서 as 매출도 상당해. 특히나 원전 비상 정지는 9시 뉴스도 타고 재가동에 승인도 복잡해서 이런 상황을 보느니, 안전을 위해 이중화 또는 삼중화로 구성해놓고 심지어는 그냥 돌아가며 계속해서 새 걸로 바꿔줘. c.f. 일명 사제나 제작사로부터 다이렉트로 사지도 않아.. 두 중이 서류적이든 책임의 문제든 한번 거쳐서 검토한걸 사간 다는 거지. 잘못되면 감옥가.
[두산중공업의 위기 - 밥캣인수, 건설지원 그리고 원전 계획 취소]
밥캣인수나 건설 지원 같은 경영판단도 있지만 이미 계획되어있던 원전 보고 수익성 계산해서 지원하는데 돈 쓰고 여기저기 빚 늘리고 한 것도 있어. 갑자기 한두 개도 아니고 신한울 3기와 4기 포함, 총 6기 정도를 취소해버리니 생각했던 자금운용계획은 한낱 허상이 되어버려. 이례적인 급작스러운 전력 계획 변경이 사실상 자금 호흡기를 떼 버린 거야. 전체 6 기면 10년 동안 15조에서 18조 정도 매출 생각했을 텐데(유지 보수 매출 제외), 순수 건설하기로 계획했던 기대 영업이익만 해도 조 단위일 거야.
[두산중공업의 위기 - 호흡기 제거(원전 계획 취소)]
경영진 잘못이 제일 크지만 원전이 마지막 호흡기 뗀 건 맞아. 가령 집사는데 대출금 때문에 빠듯한 살림에서 회사에서 실적이 좋아서 성과급을 2천 주기로 했어. 마침 처가댁 가전이 너무 오래돼서 성과급 들어올 거 생각하고 신나게 할부로 카드를 긁었지. 그런데 갑자기 사장님이 바뀌더니 성과급 안 준다고 가정해보자. 카드 긁은 거 갚을 돈은 없고, 신불자 되게 생긴 거야. 물론 자기도 빠듯한 살림에 처가댁에 생색낸 걸 잘했다는 건 아니야. 그러나 일단 신불자 되는 과정에서 누구 영향이 큰 걸까? 생각 없이 카드 긁은 본인? 아니면 갑자기 성과급 취소한 신규 사장님?
[두산중공업의 위기 - 경영책임 vs. 원전정책 변경]
* 이 부분은 대댓글로 작성했던 부분인데 본문에 적어달라는 형들이 있어서 여기 중간에 삽입할게 * 형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내 의견은 경영책임이 가장 크지만 급작스러운 원전정책 변경도 크게 영향을 줬다는 거야. 인프라처럼 조금은 예상 매출이 불확실하고 변경요인이 많은 양산 산업이 아니라, 두 중이 수행하는 발전업은 각 국가의 전력수급계획을 보고 예측이 가능하기에 어느 정도 정합성 있는 LRP를 세우거든. 발전소라는 게 1-2년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걸리고 조 단위의 자금수급계획도 세워야 하니까 국가별로 전력수급계획을 세울 때 신중하게 그리고 긴 안목으로 세우거든(잘못 예측하면 블랙아웃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전력수급계획을 보고 세워진 LRP에 따라서 자재 수급 계약부터 인력운용계획, 설비계획, 자금운용계획 등이 세워져. 앞서 말했듯이 전력수급계획이 이처럼 급작스럽게 변경된 적도 없어서 미리 예견하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수십조 매출이 사라진 거야. 당장 주단 bg 같은 경우에도 신형 원전 계획에 따라서 신형 원자로 만드는데 필요한 17천 톤 프레스를 사는 등 각 bg가 내부적으로도 LRP에 따라 투자를 했는데 말이지. 물론 여유가 있을 때 위기를 준비하지 않고 건설 지원이나 빚 등 헛간데 돈 쓴 건 경영판단 실패가 맞아. 하지만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위기가 아니었다는 거지. 이 부분에서는 산업이 다르니까 이해 못하는 형들도 있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업에 종사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잘못된 경영판단이었을지언정 미필적 고의는 아닌 상황으로 보여. 이미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된 신규 발전소에 특히나 독점적인 원전이니 확정적인 예정 매출로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녔을 거야.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자금운용계획에 확실하게 포함시켰던 수십조 매출이 사라졌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탄탄한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 아래부터는 다시 기존에 이어져 있던 본문 글이야 *
[원전산업에서의 두산중공업 위치]
적어도 두산 다닌다면 외부 기사에 흔들리지 말고 실상은 알았으면 해.
기술자립을 이루지 못한 산업의 외세로 인한 결과를 다들 아는 형들이잖아. 최근의 불소 사태도 그렇고 안타깝게도 두 중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발전산업은 외국 발전기기 회사들에 좌지우지되는 걸 막을 수 없을 거야. 특히나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이라 영향성은 더 크겠지.
[원전산업의 생태계 위기]
원전산업은 이미 많이 늦은 것 같아. 안타깝게도 원전 생태계를 구성하는 협력사들이 이미 많이 문을 닫았어. 그리고 양산 산업과 다르게 매 발전소 프로젝트 때마다 주문 제작으로 이루어지는데, 두 중에서 도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해당 협력사만의 수십 년 LL(실패 경험)을 반영한 도면과 제작 노하우, 기술들이 있어서 정말로 블랙박스인 품목들이 너무 많거든(주기 기를 제외한 서브시스템 파츠들은 대다수). 그런 제품들은 협력사가 문을 닫거나 담당자가 떠나면 자료가 다소실돼서 실상 몇 년 내에 다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아니야.
[웨스팅하우스 인수한 도시바와 두산중공업의 차이]
웨스팅하우스 인수해서 망한 도시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실상은 이미 웨스팅하우스 원전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인수하여 제대로 된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협력사나 전문가들이 없으니, 품질비용이나 제작 지연비용(LD) 등이 발생해서 대규모 적자 사태를 맞이한 것으로 알고 있어. 우리도 원전 생태계가못 만든다는 소리지. 몇 년 후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원전 수출을 계약하거나 새로 짓는 건 불가능한 소리야. 도시바의 전철을 밟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원전은 기본 설계에만 2-3년이 걸리는데 협력사들은 그동안 버틸 체력이 없어. 그래서 원전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형들은 기본설계가 어느 정도 끝나서 당장 협력사들에게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신한울 34라도 재개하자고 주장하는 거고 그걸 팀 코리아를 이끄는 정부나 한전이 알아야 할 텐데 안타까울 뿐이야.
[마지막 넋두리]
마지막으로 내가 아는 한 회사를 떠나신 분들이 든 남아계신 분들이든 대부분이 국내에서 유일한 발전 주기기 제작사의 직원으로서 국가의 기간산업인 발전업에 기여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회사를 다녔거나 다니고 있다는 점 알아줬으면 좋겠어. 동료들만이라도 이제는 더 이상 그 사명감과 자부심으로도 버티고 다닐 수 있는 산업의 미래성도 없고 보상도 없으니 매일 같이 다들 떠나가지만.